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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8.03.01 - 삼일절 그리고 생일

JuniorEinstein 2018. 3. 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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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를 달았다. 다른 집에는 좀처럼 태극기가 보이지 않는다.>


오죽 눈이 안 오던 울산에도 눈꽃이 만발하면 1, 2월을 지나 어느새 봄을 알리는 3월이 찾아왔다. 오늘 따라 울산의 날씨는 최고였다. 바람이 좀 많이 불긴 했지만 날은 따뜻했고, 하늘은 맑았다. 3월의 시작을 알리는 3월 1일이 되면 국가 공휴일인 삼일절과 내 양력 생일이 함께 겹친다. 그리고 다음 날은 어김없이 학교에 가는, 개학식, 그리고 새 학기의 시작이기도 하다. 나는 점심 즈음에 일어나서 가족들와 함께 태극기를 달았다. 국기게양을 하면서 주변에 다른 아파트들을 둘러 봤는데 좀처럼 태극기가 보이지 않았다. 요즘 사람들은 국기게양도 잘 안하는 것 같다. 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신경을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삼일절은 대한 독립 만세 운동을 한 날로 알려져 있다. 유관순 누나에 관련된 이야기도 항상 삼일절이 되면 나온다. 이런 애국심이 가득한 날이 되면 작년 겨울 방학식날 교장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난다. 2017년 겨울 방학식날, 여느 식들과 마찬가지로 상장을 수여하고, 선생님들의 소개가 있고, 뭐 그런 일들이 계속되었고, 드디어 애국가랑 교가를 부를 시간이 되었다. 우리 학교는 전통적으로 애국가를 4절까지 전부 부르기 때문에 애국가를 부르는 시간만큼은 길고 지루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애국가에 대해서 한가지 놀라운 사실을 덧붙이자면, 졸업식 때도 애국가를 꿋꿋하게 4절까지 불렀다는 것이다. 원래는 애국가를 4절까지 완창하는게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그냥 좀... (요즘 그렇게까지 하는 학교들이 잘 없기에) 놀라웠다. 여튼저튼 우리 학교의 애국가 4절 완창 전통은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좋다고 생각한다. 아마 우리 학교 말고 다른 고등학생들에게 애국가를 4절까지 완창하라고 하면 하지 못할 것이다.


여튼 애국가를 부르고 있었는데, 2절이었나? 3절이었나?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후렴구 부분에서 갑자기 "무우우ㅜ~~~ㅜ~"하는알 수 없는 소리가 튀어 나왔다. 강당은 순식간에 웃음 바다가 되었고, 선생님들은 무서운 눈초리로 그 학생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4절을 부르고 있을 때 즈음에 한 1학년 친구가 선생님 손에 이끌려 내려왔다. 아마 무시무시한 처벌을 받을거다.


나는 문뜩 그런 생각을 했다. 학교라는 그런 오래된 체제와 시스템에 대한 반항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과연 이런 식(개학식, 방학식 등)들을 이렇게 형식적으로 맞추어서 진행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라고. 사실 1학년 친구가 무시무시한 처벌을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도 이런 생각을 더 해보게 되었다. 그런 의문을 품고 있을 때, 교장선생님의 훈하 말씀이 시작되었다. 방학을 축하하느니, 앞으로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하느니, 등의 애기가 펼쳐졌다. 뭐 늘 그렇게. 그러다 교장선생님은 아까 '애국가 사건'에 대해 얘기 하셨다.


이렇게 애국가를 장난스럽게 부를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줄 모르겠다고. 우리 선조들이 땀흘려서 이 땅을 지켜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나중에 우리가 또 다시 우리 땅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서 지켜내야되지 않겠냐고 말씀하셨다.


나는 순간 울컥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러 나오는 존경의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 정말이지 훌륭한 교장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존경하고, 또 존경한다. 우리 학생들 개개인의 이름이나 성적, 사는 곳 등을 거의 전부 외우고 계신다. 워낙 똑똑하신 분이라서 (물리학 교수님을 하셨다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이신다는 게 너무 존경스럽고 감사하다. 뭐 여튼 '애국가 사건'은 그렇게 막을 내렸고, 오늘과 같은 애국심이 풍성해지는 날이면 한번씩 생각이 난다.


오늘은 내 생일. 가족들이랑은 음력으로 생일을 맞는데 친구들 사이에서는 양력이 생일을 챙겨주기 편하니까. 양력으로 생일을 계산한다. (뭐 물론 챙겨주기를 바라는건 아니다 ^^) 그래도 카톡으로, 전화로, 페이스북으로,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주는 친구들이 많아서 좋았다. 친구들이 있다는건 참으로 든든하고 의지가 되는 일이다.


나랑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있는데, (한 5명 정도?) 우리들은 서로의 생일에 "가장 쓸데 없는 선물주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친구들 중에는 나랑 생일이 같은 친구가 있는데, 학교가 아니기에 당장 선물을 주진 못하지만 이 친구를 위해 귀여운 여자여자한 스티커들을 잔뜩 샀다. 선물을 받았을 때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ㅋㅋㅋㅋㅋ 나도 학교에 가면 선물을 조금 받을거 같다. 기회가 된다면 어떤 쓸데없는 선물을 받았는지, 블로그를 통해 함께 나눠야겠다. ㅋㅋㅋ


오늘은 3월 1일, 삼일절이자 내 생일인 날이다.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다들 좋은 하루 보내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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